Keep Ithaka Always in Your Mind

몇 년 전부터 나의 SNS 프로필 소개란에 담아뒀던 문장이다.

첫 블로그 내용을 뭐로 할까 고민하다가, 좋아하는 시를 소개함으로써 스스로의 마음도 다잡고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도 조금은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Keep Ithaka always in your mind"은 콘스탄티노스 카바피스의 시 '이타카'에서 온 구절로, 인생이라는 여정의 목적지보다는 그 여정 자체에서 오는 가치와 교훈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구절은 나에게 있어 항상 목표를 향해 나아가되 목표 자체에 많은 것을 바라지는 말고, 그 과정에서의 경험과 성장을 소중히 여기라는 철학을 상기시켜준다.
남들과 똑같은 목적지를 가지고 있더라도, 목적지를 향해 어떻게 갈 지는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걸어야 하는지,
적당한 속도는 무엇인지,
중간에 어떤 사람들과 교류할지,
무엇을 지나치고 무엇을 소중히 여길지는 오롯이 본인의 선택인 것이다.
여정이 험난하고 길어질수록 우리가 도착하게 될 '이타카'는 더욱 값진 의미를 갖게 된다. 그 여정 속에서 발견한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통해 우리만의 '이타카'가 빛나게 되는 것이다.
여튼...! 시작해보겠당 (밑에 한글 번역도 있다 ^_^)
As you set out for Ithaka
hope your road is a long one,
full of adventure, full of discovery.
Laistrygonians, Cyclops,
angry Poseidon—don’t be afraid of them:
you’ll never find things like that on your way
as long as you keep your thoughts raised high,
as long as a rare excitement
stirs your spirit and your body.
Laistrygonians, Cyclops,
wild Poseidon—you won’t encounter them
unless you bring them along inside your soul,
unless your soul sets them up in front of you.
Hope your road is a long one.
May there be many summer mornings when,
with what pleasure, what joy,
you enter harbors you’re seeing for the first time;
may you stop at Phoenician trading stations
to buy fine things,
mother of pearl and coral, amber and ebony,
sensual perfume of every kind—
as many sensual perfumes as you can;
and may you visit many Egyptian cities
to learn and go on learning from their scholars.
Keep Ithaka always in your mind.
Arriving there is what you’re destined for.
But don’t hurry the journey at all.
Better if it lasts for years,
so you’re old by the time you reach the island,
wealthy with all you’ve gained on the way,
not expecting Ithaka to make you rich.
Ithaka gave you the marvelous journey.
Without her you wouldn't have set out.
She has nothing left to give you now.
And if you find her poor, Ithaka won’t have fooled you.
Wise as you will have become, so full of experience,
you’ll have understood by then what these Ithakas mean.
C. P. Cavafy, "The City" from C.P. Cavafy: Collected Poems. Translated by Edmund Keeley and Philip Sherrard. Translation Copyright © 1975, 1992 by Edmund Keeley and Philip Sherrard. Reproduced with permission of Princeton University Press.
Source: C.P. Cavafy: Collected Poems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75)
네가 이타카로 가는 길을 나설 때,
기도하라. 그 길이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오랜 여정이 되기를.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
포세이돈의 진노를 두려워 마라.
네 생각이 고결하고
네 육신과 정신에 숭엄한 감동이 깃들면
그들은 네 길을 가로막지 못하리니.
네가 그들을 영혼에 들이지 않고
네 영혼이 그들을 앞세우지 않으면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와 사나운 포세이돈
그 무엇가도 마주치지 않으리.
기도하라. 네 길이 오랜 여정이 되기를.
크나큰 즐거움과 크나큰 기쁨을 안고
미지의 항구로 들어설 때까지.
네가 맞이할 여름날의 아침은 수없이 많으니.
페니키아 시장에서 잠시 길을 멈춰
어여쁜 물건들을 사거라.
자개와 산호와 호박과 흑단
온갖 관능적인 향수들을.
무엇보다도 향수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최대한.
이집트의 여러 도시들을 찾아가
현자들에게 배우고 또 배우라.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네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그러나 서두르지는 마라.
비록 네 갈 길이 오래되더라도
늙어져서 그 섬에 이르는 것이 더 나으니.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주길 기대하지 마라.
이타카는 너에게 아름다운 여행을 선사했고
이타카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구나.
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 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현자가 되었으니
마침내 이타카의 가르침을 이해하리라.
(역주 - 최정수(<오 자히르>의 번역자) 옮김))(사실 직접 번역할까 하다가 시간에 쫓겨서;; 이 블로그에서 퍼옴,, 언젠간,,,,)
*라이스트리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식인 거인족
\* 키클롭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외눈박이 거인*
간단하게나마 이 시를 읽으며 내가 했던 생각의 일부를 정리해본다.
네가 그들을 영혼에 들이지 않고 네 영혼이 그들을 앞세우지 않으면
- 우리가 겪는 외부의 문제와 도전들은 사실 우리의 내면적 상태에 달려있는 것 같다. 마주하는 장애물이나 도전은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대응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경험될 수 있다. 인생이라는 여정은 사실, 단순히 외부 세계를 탐험하는 게 아니와 자신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 다져 나가는 과정이다.
자개와 산호와 호박과 흑단
not pumkin
무엇보다도 향수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최대한.
- 이 시를 읽을때마다 왜 그 많은 것 중 향수를 강조하는지 궁금했다. 여정의 과정에서 접하는 풍부한 경험을 상징하는 것은 알겠는데, 왜 굳이 향수일까? 나름 스스로 추측해본 바로는,, 향수는 단순히 물리적인 물건이라기보다는, 정서적 풍요로움을 보여줄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오래 지속되는 향기가 향수를 샀던 그 시점의 기억과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데 도움을 준다 생각했다. 이 글을 쓰다가 궁금해져서 후각에 대해 찾아봤는데, 후각은 시각, 미각, 청각 등의 감각과 달리 간뇌의 시상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뇌에 전달된다 한다.[참고] 정말 흥미롭다!!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네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 이 시의 핵심이 되는 구절이다. 이타카는 최종 목적지로서, 인생의 목표를 상징한다. 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당연한 운명이지만("destined for"), 거기로 향하는 여정 그 자체가 더욱 값지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주길 기대하지 마라.
- 목적지 자체만으로 무언가 얻을 생각을 하면 안된다. 전에 박진영(JYP 맞음)씨가 비슷한 결의 말을 한 적이 있던 게 기억나서 영상을 첨부해본다.
[참고영상]
간단히 말하자면, 박진영씨는 본래 꿈을 "I want to be ___" 라 설정했지만, 어느 순간 이런 꿈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다. 이루어지면 허무하고, 안 이루어지면 슬픈 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꿈을 꿔야할까? 영상 짧으니 보는거 추천~! (이라 적지만 분명 귀찮아할거기 때문에 알려준다... "I want to live for ___" 이다.) 위치가 아니라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구나.
...
마침내 이타카의 가르침을 이해하리라.
- 이 시의 감초 역할을 하는 마지막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타카는 목적지이자 동기이지만, 여행이 끝날때는 여행자 스스로가 변화하고 성장하여 이미 원래의 목적지가 주는 가치보다 더 큰 것을 얻은 상태이다. 어쩌면, 원래의 목적지가 보잘것 없어 보일 정도로 말이다. 나도 이렇게 이상향 (혹은 그 이상)을 향해 가되, 그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순간과 경험을 소중히 여기며, 인생이라는 여정을 알차고 지혜롭게 거쳐가는 사람이 되고싶다.
.
.
.
그리고..!
남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시를 읽을 때 이미지를 상상하고 머리 속에 시의 내용이 어느정도 그려져야 그 시를 정말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시를 읽고 라이스트리곤도 키클롭스도 페니키아 시장도 다 찾아봤는데, 혹시 나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봐 (gpt 시켜서 만든) 이미지를 첨부한다.
자개와 향수를 사는 페니키아 시장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

...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시는 아니라서
이 글을 읽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내용이 직관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
하지만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고, 스스로를 성찰해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시이기에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
끝!